<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경찰‧소방 무전망을 도청해 부당한 이득을 챙겨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무전망이 뚫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날로그 무전방식이 범죄에 악용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형국이다.

교통사고·시신 운구 선점···24시간 교대 감청까지?
‘감청상황실’ 설치, 2~3개월 단위로 옮겨 다닌 치밀함


경찰의 아날로그 무전방식이 뚫려 범죄에 악용됐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무전기를 판매한 B씨 등 2명도 전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조직폭력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지역에서 자동차공업사와 렉카 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주파수가 확장된 무전기 이른바 ‘경찰 무전 감청 가능 무전기’를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이들은 교통사고 현장을 선점해 돈을 벌기 위해 이 무전기를 구입했으며 도내 각 경찰서 주파수망에 맞춰 112교통사고 신고를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무전을 감청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무전기와 휴대폰, 블랙박스 등을 압수해 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무전망이 이렇게 쉽게 뚫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 부산 등 대도시의 경찰청과 고속도로순찰대에서는 디지털(TRS) 방식의 무전기를 사용해 도청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북 지역을 비롯해 타 지역은 예산 등의 문제로 여전히 아날로그 무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경찰의 무전망이 쉽게 뚫려 범죄에 이용되는 형국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에서는 경찰 무전 감청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디지털 무전체계 도입 추진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선점 시신
1000구 넘어


경찰뿐만이 아니다. 최근 부산119 무전망을 도청해 변사현장의 시신 운구나 장례를 선점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C씨 등 4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D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최근까지 부산소방본부에서 지령하는 각종 사고사 및 변사현장에 먼저 출동해 시신을 운구하고 장례를 선점했다. 이를 위해 조직원 간에 24시간 교대로 119무전망을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부산 내 주택가와 원룸 등을 옮겨 다니며 감청에 필요한 무전기 등을 갖춘 ‘감청상황실’을 설치했다. 상황실 내 무전기와 중계용 휴대폰 등을 설치한 뒤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느 곳에서든 무전 내용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119구급망을 도청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2~3개월 단위로 주택과 원룸 등으로 감청상황실을 옮겼으며 무전망 감청을 위해 3~4개 팀으로 조직원을 편성, 교대로 24시간 공백 없이 무전망을 감청했다.

또 감청상황실 단속에 대비해 각 팀별로 상황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전망 감청으로 출동한 횟수는 팀별로 매월 10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 이들이 선점한 시신은 1000구가 넘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벌어들인 금액
15억 원에 달해


이들은 부산소방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접수 시간과 재난지점이 실시간으로 게시된다는 점을 악용, 변사현장 지점을 특정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수법으로 시신을 선점한 일당은 유족들로부터 시신 운구에 경비로 10만 원을 챙겼으며 장례까지 유치하면서 장례식장으로부터 150~180만 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이렇게 벌어들인 금액이 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지난 4월 부산 전역에서 소방 무전망을 광범위하게 도청하고 있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5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끝에 감청상황실을 특정하고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은 또 부산지역 내 다른 감청 조직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에도 2년 동안 119무전망을 도청해 운구료와 장례비 등 45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부산소방안전본부의 무전망을 도청한 사례만 9건에 달했다. 부산소방은 그동안 전국 최초로 아날로그 무전 신호를 암호화하고 무전 시 음어를 쓰거나 출동 주소를 일반전화로 전달하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했지만 번번이 무전 도청 조직에 당해 왔다.

결국 부산소방안전본부는 구급전용 무전망을 지난달 8일자로 디지털 방식으로 전면 교체했다. 또 부산소방본부 홈페이지 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출동정보도 12시간 이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변경했다.

소방청은 전국 18개 시도 소방본부 중 실시간 출동정보를 제공하고 있던 서울본부, 경기본부 등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전면 시스템을 변경했다.

한편 소방청은 2020년까지 전국 각 시‧도 소방본부의 무전기를 디지털 기기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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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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