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25일 전북도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북혁신도시 내 청사건립 착공 만 2년 만에 모든 이전 절차를 마무리하고 전북에서의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송하진 도지사(앞 왼쪽 일곱번째)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혁신도시에 수도권 내 공공기관을 더 이전시키는 법안 제정이 추진되면서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면 실제로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이 지역 인구 및 지방 세수 증가에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은 그간 정부의 혁신도시 이전 정책이 기관 이전에만 집중한 채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는 미흡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임직원 중 절반은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비용 편익 문제 등 경제학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 이전, 지역 인구·지방 세수 증가 효과 보여
지역산업 연계 발전은 여전히 더딘 것으로 드러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했다. 최인호(부산 사하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시즌2’ 추진을 위해 ‘공공기관 추가이전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소재한 공공기관은 부설기관 8개를 포함해 총 162개다. 광역지자체별로 구분해보면 서울 124개, 경기 30개, 인천 8개로 전체 공공기관 361개 중 약 45%에 해당한다.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된 참여정부 이후(2008년 3월) 신규로 설립된 공공기관 105개 중 54개(51.4%)가 수도권에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은 지역 인구 증가에 효과를 나타냈다. 혁신도시 거주인구는 2014년 5만9000여 명에서 2018년 6월 18만2000명으로 약 3.2배 증가했다. 지방 세수는 2012년 222억 원에서 2017년 3292억 원으로 약 14배 상승했다.

최 의원은 “혁신도시의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추가이전과 더불어 기업 수요를 고려한 규제 혁신, 공공기관의 혁신 지원 기능 강화, 산학연 클러스터의 기능 제고 등을 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전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통해 혁신도시가 더 발전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등을 검토해 미비점을 보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도시 8곳 실제 기업 입주율 10.5% 그쳐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산업 특성상 금융 당국, 시중은행 본사, 주요 기업 등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위치해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도 지방 이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세계 주요 연기금이 수도나 금융 중심지에 운용본부를 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산업 연계 발전도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혁신도시 기업 입주 현황’에 따르면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조성된 혁신 클러스터 면적 312만4000㎡ 중 실제 기업 입주로 이어진 면적은 63만3000㎡로 20.3%에 불과했다. 실제 입주면적 중 절반을 차지하는 대구를 제외하면 나머지 혁신도시 8곳의 실제 기업 입주율은 채 10.5%에 그쳤다.

실제 입주율이 가장 높은 혁신도시는 대구로, 85만8000㎡중 39만4000㎡에(45.9%) 기업이 들어왔다. 다음으로 울산(19.1%), 경남(16.7%), 전북(14.8%)이 그 뒤를 이었으며, 강원(5.6%), 충북(7.3%), 경북(9.8%)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혁신도시 입주 기업 수는 올 6월 현재 639개사였다. 광주전남(190개사), 부산(134개사), 대구(106개사), 경남(91개사) 4곳이 전체의 81.5%를 차지했다. 제주는 입주기업이 한 곳도 없었고, 전북(4개사), 충북(19개사) 또한 많지 않았다.

혁신도시 전체 입주 기업 중 36.9%(236개사)는 타 지역으로부터 이전한 기업이었다. 특히 100개사 이상 기업이 입주한 혁신도시 중 광주·전남은 타지역으로부터 가장 많은 기업(190개 중 83개, 43.7%)을 유치했으며, 부산(134개사 중 44개사, 32.8%), 대구(106개사 중 41개사, 38.7%) 순이었다.

혁신도시 입주 기업 중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된 기업의 비율은 41.8%(267곳)로 절반에 못 미쳤다. 부산의 경우 입주기업 134개사 100%가 이전 공공기관과 연관성이 있었으나, 대구(106개사) 및 충북(19개사)의 경우 입주 기업 모두가 해당 지역에 이전한 공공기관과 무관한 기업이었다.

김상훈 의원은 “이제 혁신도시는 지역 성장 거점으로 육성돼야 하며, 그 핵심은 기업 입주와 일자리 창출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혁신도시는 기관은 있지만, 기업은 없는 ‘나홀로 도시’인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근무 임직원 중 절반은 가족과 떨어져

또한, 공공기관 근무 임직원 중 절반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등 그간 정부의 혁신도시 이전 정책이 기관 이전에만 집중한 채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는 미흡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지방의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정책이 도입돼 시행된 지 13년이나 됐지만 이전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2명 중 1명꼴로만 가족과 함께 이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제출받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임직원 이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110개 기관 임직원(3만9133명) 중 가족이 있는 이전 대상 직원 2만7114명 가운데 본인만 혼자서 내려간 경우가 1만2939명으로 47.7%로 집계됐다. 배우자·자녀 등 온 가족과 동반 이전한 경우는 1만2937명으로 47.7%였고, 배우자만 동반해 이전한 경우는 1238명(4.6%)에 그쳤다.

110개 혁신도시 이전 기관 임직원 가운데 배우자 또는 온 가족과 동반 이전한 현황을 보면 임원들보다 일반 직원들이 더 많았다. 가족이 있는 임원 313명 중 배우자 또는 온 가족을 데리고 혁신도시로 간 경우는 51명(16.3%)에 불과했지만, 직원의 경우는 가족이 있는 2만6801명 중 가족을 데리고 이전한 경우가 1만4124명으로 52.7%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이 저조한 것은 그간 정부의 혁신도시 이전 정책이 기관 이전에만 집중한 채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는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용 편익 문제 등 경제학적 논의 필요”

김진수 건국대학교 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주임교수는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이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의 대표적인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단점이 더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 시 국민 경제 전체로 볼 때 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을 뜻하는 ‘비용 편익’이라는 경제학적인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며 “지역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국가 예산을 투입했을 때 전체적으로 어떤 이익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국민연금을 예로 들면서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의 경우 이전을 통해 일자리가 늘고 인구가 증가하는 등 지역 경제는 일부 활성화됐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엄청난 자산이다 전체 635조 원이나 되는 것을 불려도 시원찮을 판에 지난해 수천억이나 적자를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운용을 위해서는 고도의 금융기법을 아는 금융 전문가가 필요한데 전문가들이 지방으로 이전을 원치 않는 분위기”라며 “물론 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운용은 지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만 수익률을 올려도 6조 원 이상이 되는데. 적자를 수천억 내버리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전 정책은 구체적인 고민과 깊이 있는 연구 끝에 결론을 내야지 시급하게 이전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특히 주택 가격 상승 때문에, 무조건 지방으로 다 내려가자는 식의 이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공공기관을 다 지방으로 이전시켜 경쟁력을 하향평준화시킨다는 정책이냐”고 의문을 표했다.

김 교수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렇게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적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나라 경제에 피해를 주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혁신도시 ‘기러기 아빠’ 둥지 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도시로 혼자 이전한 아빠를 칭하는 ‘혁신도시 기러기 아빠’라는 웃지 못할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이전할 예정인 세종시와 혁신도시가 ‘기러기 아빠’들의 둥지가 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 2명 중 1명은 이른바 ‘기러기 아빠’로 나타났다.

2015년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경기 고양 덕양을)에게 제출한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에 따른 지역별 가족 동반 이주 현황’에 따르면 전북혁신도시 가족 동반 이주율은 34.3%에 그쳤다. 미혼과 독신자를 제외해도 이전 기관 직원 52.7%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도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2633명의 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919명에 불과했고 독신·미혼 가구도 741명이나 됐다. 나머지는 가족을 다른 시·도에 두고 혼자만 주거지를 옮긴 기러기 아빠로 조사됐다. 이전 기관별로는 농촌진흥청이 45.7%로 가장 많은 가족 동반 이주율을 보였고 국립식량과학원 41.2%, 한국농수산대학 34.4%, 국립축산과학원 33.8%, 국립농업과학원 33.4% 순이다.

지방행정연수원과 한국전기안전공사는 각각 23.9%와 23.4%로 전체 직원 5명 중 1명 정도만 가족과 함께 혁신도시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도시 가족 동반 이주율이 저조한 것은 부족한 정주 여건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교육과 문화, 편의 시설이 부족해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보금자리를 꾸리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에 앞서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했음에도 준비가 되지 않아 저조한 가족 동반 이주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교육 환경과 병원, 편의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이주를 꺼리는 가족들의 유인책을 계속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전 기관 임직원 배우자의 직장을 파악해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인 경우, 근무지를 가까이 배치하거나 이전이 쉽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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