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심 의원의 사무실 압수수색과 관련 항의 방문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당·정·청 ‘비상’… 사실 무근이라면서 ‘자료 반환’ 요청 동시에 왜?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저격수로 나섰다. 구체적 자료와 함께 청와대 일부 친문 인사들의 예산 부당 사용 의혹을 들고 나온 것. 정부 여당에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의혹을 일축하는 한편, 심 의원이 비인가 국가 자료를 무단 유출했다며 법적 조치 등 전방위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심 의원의 자료 공개 과정이 불법적이었다 하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와 ‘공적 의도’였다는 점에서 심 의원을 옹호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한국당도 ‘제1야당 탄압’이라며 심 의원에 지원군을 자청하고 나서 ‘여야 전면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사실 여부에 따라 심 의원이 ‘투사’로 남을지 ‘도둑’으로 남을지 정치권의 향방이 주목된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9월 28일 청와대 소속 비서관·선입행정관급 정무직 공직자 13명의 실명을 공개하며 이들이 ‘회의참석수당’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이 재정정보분석시스템(디브레인)을 통해 확보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올해 2월까지 청와대 참모진은 내부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수당으로 1회당 10~25만 원을 지급받았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 운용 계획 집행 지침’은 공무원이 자기소관 사무 이외의 위원으로 위촉되었을 경우에 한해서만 회의비 지급이 가능하다. 즉 소속 중앙관서 사무와 담당 업무에 대해서는 회의비를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 국민권익위원회도 2009년부터 공무원의 회의 참석수당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명단에는 송인배 정무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친문 핵심’으로 꼽힌 정무직 인사들이 포함됐다. 심 의원은 이들이 지급받은 수당의 개인별 액수까지 공개하면서도 “언급된 사례는 이들 가운데 청와대 직원으로 확인된 대표적인 사례들만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심 의원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회의비를 예산지침을 위반해 가며 부당 수령한 것은 심각한 도덕 불감증”이라고 비난하며 수당 회수 및 처벌과 청와대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이 같은 ‘심재철發’ 폭로에 당정청이 발칵 뒤집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심 의원의 자료 취득 과정을 문제 삼으며 윤리위원회에 제소를, 정부(기재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이유로 고발을, 검찰은 심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심재철 둘러싼 당정청 ‘총력전’
윤리위 제소·압수수색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자료 유출도 모자라 기초적 검증도 없이 유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행위”라며 “심 의원은 불법유출 자료를 당장 반환하고 검찰수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명확히 ‘국가기밀 불법 탈취사건’이라고 정의하는 게 맞겠다”고 했고, 남인순 최고위원도 “국회부의장까지 지내신 분이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소속 국회 기재위 위원들도 與총력전에 가담했다. 해당 위원들은 9월 28일 ‘심재철 의원은 이번 사태에 모든 책임을 지고 기획재정위원을 즉각 사임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기재위원이 정부 비공개자료를 불법적으로 취득·유포하는 사상 초유의 ‘국가재정시스템 농단’ 사태가 벌어졌다”며 “‘정보통신망에서 처리·보관되는 타인의 비밀 누설’과 ‘행정정보의 권한 없는 처리를 금지’한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그러면서 “심 의원과 기획재정부가 맞고소한 현 상황에서 심 의원이 기재위원으로 기재부를 감사하는 것은 공정한 국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법 제48조 7항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거나 선임을 요청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들어 심 의원의 기재위 사임을 거듭 촉구했다.

청와대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논란이 일자 기자들에게 즉각 문자 메시지를 보내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이 수령한 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식 임용 전’ 받은 정책 자문료”라며 “청와대 정식 직원으로 임용되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 넘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청와대 입장에서는 당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해당 분야 민간인 전문가로 정책자문단을 구성하고 자문 횟수에 따라 규정대로 정식 자문료를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청와대는 심 의원이 전날 폭로한 ‘미용 업종의 집행’에 대해서는 “평창올림픽 당시 영하 20도의 혹독한 추위에서 고생한 경찰·군인 12인이 리조트에 있는 목욕 시설에 가서 사우나를 한 것이고 1인당 비용은 5500원이었다”거나 ‘호프’ 등 상호에서 결제된 금액은 청와대 외곽 경비 인원들에게 저녁 시간에 치킨과 피자를 돌린 것이었다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심 의원이 실명을 밝혀 회의참석수당을 공개한 데 대해선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 “사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자문료냐
회의참석수당이냐’ 쟁점


이 같은 청와대 해명에 대해 심 의원은 다시 한 번 맞수를 뒀다. 청와대 해명이 사실이 해명이 아니라는 전면 반박이었다. 여기에 심 의원의 자료 취득 과정에서 불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예산 부당 사용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 요청 여론도 확산되고 있어 향후 당정청의 추가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심 의원은 “청와대에서는 ‘정책자문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며 재정정보시스템에는 청와대 직원들에게 지급된 것은 ‘회의참석수당’으로 나와 있다. 청와대가 해명한 정책자문료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참모진들에게 정식 임용 전 수당을 지급한 것은 ‘꼼수수당’이라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왜 임용되기도 전에 공직자로서의 권한 행사는 했나. 비자격자가 청와대에서 국정에 관여한 게 정당했다는 것인가”라며 “청와대 정식 임용 전 임금보전 형식으로 수당을 지급한 것이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심 의원은 이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청와대가 합법적인 방법을 강구해보지 않고 한 달 넘게 편법으로 예산을 집행한 것은 큰 문제”라며 “절차의 공정성을 주장해 왔던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국민 앞에 다 털어놓고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도 심 의원의 지원군을 자처하며 정부 여당과 전면전을 예고했다.

특히 한국당은 기재부의 고발 및 검찰의 압수수색을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검찰에 고발하고, 반의회주의 폭거를 자행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를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정권의 부정과 비리에 맞서는 야당으로서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모든 자료 유출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 갈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더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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